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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이봉화 사건'을 통해 본 한국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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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482) | 추천 (3) |점수 (15) | 2008-10-15 13:02:14 김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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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이것 밖에 안되나?” - 몰염치한 ‘이봉화 사건’을 통해 본 한국 사회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불법 신청사건’이라는 하나의 사례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단면을 통해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적나라한 사건이다.
첫째,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 자체와 운용의 문제다.
‘쌀 소득보전 직불제’는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로 ‘약정수매제’ 폐지와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쌀 생산농가의 중장기적인 소득 감소를 보전해주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스스로 경작하는 농민에게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불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운용되면서, ‘쌀 소득보전 직불제’는 눈먼 돈이었다. 실제로 쌀가격 하락의 피해자인 실경작자가 직불금을 받도록 설계되었으나 여기저기에서 부재지주가 직불금을 받는 사례와 지급대상 이외의 농지에 직불금을 신청하는 사례도 적발된 것이다. 현장의 농민들은 다 아고 있는 일이었다. 이번의 이봉화 차관의 사례는 한 단면이다. 이 차관 외에도 다른 고위공무원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지난 2006년 한해에만 4만여 명의 공무원이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직불제’는 도시 근로자가구 소득을 상회하는 농가가 직불금을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반론과 함께, 농업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다행히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내년부터는 농업외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원천적으로 신청이 불가능해지도록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쌀 직불금 수령대상에 소득이나 경작 면적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고, 주소지에서 쌀 직불금 신청이 가능한 현행법을 보완한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법과 제도도 시행하면서 곧바로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려는 탄력적 운영과 처방에 따르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목표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 지를 세심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제도적 보완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감사원이 그동안 감사 결과를 숨긴 사실이다.
감사원은 파문이 커지자 14일에야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운용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2006년 쌀 직불금 수령자 99만8천명의 실경작 여부를 확인한 결과, 서울과 과천 거주자로서 쌀 직불금을 받은 4천662명(직불금 30억 원) 중 61%인 2천942명(직불금 19억 원)이 수령자 본인이나 가족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공무원은 520명, 공기업 임직원은 177명이었고, 회사원 1천780명, 금융계 121명,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은 73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 96.7%인 2천844명은 비료구입, 수확한 벼의 농협수매 실적이 없어 대부분이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쌀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쌀 직불금 수령자 중 실경작자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전문직 종사자가 17만 명, 직업은 알 수 없지만 영농기록이 없는 사람이 11만 명 등 모두 28만 명으로 28%를 차지했다. 이들에게 모두 천683억 원의 쌀 직불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의 표본 조사결과 서울, 과천 거주 쌀 직불금 수령자 중 월소득액 500만 원 이상인 124명 중 108명, 89%가 실경작자가 아니었고, 서울시 강남구의 쌀 직불금 수령자 65명 중 37명, 57%도 농지임대나 농지전용 등을 통해 부당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엄청난 예산의 낭비와 불법이 횡행하고 있는 사실을 감사하고도 이제야 공개한다는 것은 감사원의 위상을 말해 준다. 미국은 감사기능이 입법부에 있지만, 한국은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만들어, 넓은 의미에서 행정부 소속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고 난 후, 감사원은 철저히 권력의 시녀로서 대통령의 의도를 반영하여 임기가 남아있는 임원을 쫒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공기업’ ‘KBS’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제 헌법 개정을 예고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의회에 설치된 회계검사국 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셋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와 너무나 거리가 먼 몰염치다.
염치를 사전에 찾아보면,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염치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도덕적 기본자세이다. 하물며, 이번 사건에서 서울과 과천에 거주하는 고위 공직자,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697명이 2006년 쌀 소득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몰염치, 파렴치도 이럴 수 없다. 소위 말하는 ‘모럴 헤저드’다. 유럽의 귀족은 전쟁이 나면 자신과 자제들이 앞장서서 싸웠다. 그래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한다. 한국의 양반은 군역과 세금이 면제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 창피한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 싶은 것인가?
참으로 다행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쌀 소득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해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농민과 국민만 보고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위를 설치하고 당사자에게는 엄정한 벌칙을 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은 모양인데, 이번 사건은 한국 지도층의 모럴헤저드의 대표적인 사건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특히 상징적이고 대표적 인물인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당장 해임시켜, 국민들이 아직까지 건강하게 가지고 있는 ‘염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번 신임한 인사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켜주는 인사스타일을 고집할 것인지, 국민의 요구를 듣는 스타일로 변할 것인지, 바로 미터가 될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구본홍 YTN사장, 등과 함께 ‘이봉화 차관’도 계속 건재할 것인지 국민들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넷째, 언제나 당파적 정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말이 왔다갔다한다. “농민과 국민만 보고 처리하겠다” “대표적 모럴 헤저드로 규정한다”고 하더니, 오늘은 코미디언처럼 정치적 수세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봉하마을이 대표적인 혈세 낭비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이른바 '이봉화' 대 '노봉하'의 대결로 몰고 가고 싶은 모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가 지나치게 호화롭다며 쌀 직불금 파동 못지않은 세금 낭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봉하마을 조성에 들어간 1,000억 원의 국비와 특별교부금 예산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노 전대통령의 종부세 30,000 원에 대해서도 시비를 벌리고 있다. 제대로 종부세를 매겼다면 1,500만원은 내야 한다는 거다.
참으로 정략적 접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고차원의 정치 수가 아니라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이는 저차원의 수를 쓰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재미를 본 노골적인 ‘노무현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수세를 만회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예전처럼 ‘조중동문’이라는 언론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계산한 대로 ‘진흙탕 정치’로 환산하여 여야가 똑같이 나쁜 놈이 되어 피차 손해이지만, 상대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치를 해 볼 심산이면, 지금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은 농업시장 개방 등으로 농민의 곤궁함과 농촌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잔꾀가 통할까 싶다. 연일 터지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중국산 멜라민 사태, 실물경제의 위기 소식에 국민들이 한가하게 정치 쇼를 구경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촛불 시위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인식은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숙고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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