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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의 거버넌스 전략 : 원내정당화와 지구당 활성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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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47) | 추천 (0) |점수 (0) | 2010-02-03 11:44:21 채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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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의 거버넌스 전략 : 원내정당화와 지구당 활성화
채진원(한국정치학회 사무국장)
Ⅰ. 서론: 문제의식
2010년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 낸지 23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시점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어떠한 모습과 모델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더불어 이것의 구체적인 작동기제인 한국 정당의 현재성을 성찰해 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특히, 민주주의와 정당과의 관계에 대해, “정당이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정당을 빼놓고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unthinkable)”고 논한 샤츠슈나이더(Schattachneider, 1942: 1)의 언급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제도적인 기반 역시 그 제도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정당의 역할과 기능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정당관계에 대한 샤츠슈나이더의 이러한 명제는 21세기 지배적인 트렌드인 세계화(glocalization)라는 변화된 환경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에 있다. 세계화에 대한 개념정의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세계화는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닌 지구촌, 즉 국경이 약화되어 물자 및 인력,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Baylis and Smith 2005). 샤츠슈나이더의 명제가 새로운 도전을 받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그의 논의는 국민국가들 사이의 경계(border)가 분명하게 배타적인 가운데 ‘주권재민의 원리’와 ‘이익집성의 원리’를 기초로 하여 작동되던 21세기 이전의 ‘국민국가’와 ‘산업사회’라는 시대상황에 비교적 잘 부합하였다. 하지만 최근 전지구적으로 또는 우리사회에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처럼 국민국가의 경계가 약화되면서 국가간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이 심화되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는 민주주의와 정당관계의 부합성이 약해진다는 것이다(성경륭 1994a, 1994b; 김영태 2001; 임성호 2008b, 2008c; 정진민 2009; 채진원 2009).
또, 그 도전의 단적인 사례로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어느 순간부터 한국사회에 순식간에 담론화되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논의이다.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학계와 정부 및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INGOs, NGO, 초국가기구, 글로벌 네트워크 할 것 없이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에서 활발하다. 아마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는 배경에는 ‘세방화’(世方化·glocalization)가 심화되는 전환기적 시대상황이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방화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를 합성한 신조어로 국내관계와 국제관계 및 외교관계에 있어 주권국가나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과 민간들이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방화시대에 지방자치단체와 로컬 행위자들은 중앙집권적인 중앙정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개성과 자율성을 살려나가려 한다(김영태 2001, 50).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화는 지방화의 충분조건이며, 지방화는 세계화의 필수조건으로 취급되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상호간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안성호 2006).
세방화는 우선 지구적인 수준에서 국가간 그리고 지방간의 상호의존성과 교류를 확대시키고, 각 부문과 수준간의 경계 넘나들기(crossing-border)를 심화시킨다. 특히, 지방정부 사이의 교류와 협력 및 외교가 활성화된다. 지구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방간의 외교는 중앙정부의 외교를 보완하는 대안외교의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과거 경제성장과 개발을 중심으로 했던 배타적인 국가중심시스템이 무관심했던 인권, 여성, 환경, 고령화 문제 등 초국가적 문제들을 지방단체들이 다루고 있다(심익섭 2006). 이런 새로운 흐름들은 그동안 배타적인 주권의 개념을 가지고 국가의 안과 밖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지배적인 운영원리로서 작동해온 ‘주권재민’과 ‘이익집성의 절차민주주의 원리’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 따라서 한계에 봉착한 주권재민과 절차민주주의 원리의 해법으로, 우리사회의 각 부문과 수준간의 경계를 어떻게 초월하여 소통하고 통합할 것인가와 관련된 ‘국가의 새로운 규범과 정체성’(new norm and identity)및 ‘국가의 역할변경’(role transformation)의 문제 즉, 거버넌스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와 대안개념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임성호, 2008a, 2008b; 채진원 2009a, 2009b, 2009c).
구체적으로, 정당 거버넌스와 관련한 국내적 수준의 문제는 정당의 조직적 기반 약화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주요정당에서 도입된 ‘개방형국민경선제도’이다. 과거 정당의 경계를 당원과 비당원으로 구분한 채,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내의 일이었으나, 이제 정당의 경계가 약화되어 일반유권자도 정당의 후보선출과정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4년 ‘돈먹는 하마, 고비용․저효율․부패의 온상’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비난속에 ‘폐지된 지구당’의 모습 그리고 지구당 부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민사회와 NGO단체들의 여론들은 정당의 조직적 기반 약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아울러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이후 지방단체장들과 풀뿌리NGO단체들에 의해 줄곧 제기되고 있으며, 날로 강도가 커지고 있는 기초의원및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들’도 정당의 조직적 기반약화와 관련되어 있다.
이른바 지방단체장들과 풀뿌리NGO단체들이 ‘지구당의 부활’을 반대하고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지금껏 한국정당 정치가 보여준 비극과 악몽에 대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당 정치가 보여준 이러한 비극과 악몽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치머신’(political machine)과 그것의 폐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정치에서 ‘3김씨’는 ‘정치머신’의 보스(boss)로서 역할을 하면서 후보공천권과 정치자금분배권을 독점하여 의원들의 자율권을 구속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을 특정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정치적 도구’로 만들어 사당화(私黨化)하였다(강원택, 2007). 또한 ‘3김씨’ 중 자신들이 대통령이 된 경우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대통령의 하부기구인 ‘통법부’(通法部)로 기능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지방차원에서 정치머신의 폐해는 지방정치(지방분권과 자치)의 싹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억압하였다. 1인 보스와 리틀 보스의 지배하에 있는 ‘지구당’은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와 정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자발적인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자율적인 공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오직 특정 후보자의 선거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와 조직을 동원하는 매우 위계적인 공간이었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동원과 억압 그리고 고비용과 부패정치가 판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즉, 정치머신을 매개로 하는 지구당의 장악과 동원은 지방정치의 중앙당 종속(지방분권과 자치의 실종)과 공천비리 및 부정부패, 그리고 무책임과 비효율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머신의 폐해와 이것에 대한 사회적 반발력의 결과, 지구당폐지론자와 정당공천제 반대논자들이 ‘이념정치’에 대비되는 ‘생활정치’, ‘중앙집권’에 대비되는 ‘지방분권과 자치’, ‘대의민주주의적 가치’에 대비되는 ‘직접민주주의적 가치’ 등의 슬로건을 제시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머신이 개혁되지 않는 가운데, 책임정당정치를 강조하는 대의민주주의자들의 모습은 매우 수세적이고 방어적이어서 지구당 부활과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힘이 부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이 오늘날 세방화라는 변화된 시대상황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국가시대에 정당의 배타적인 역할을 정당화하는 ‘책임정당정부론’과 그것의 철학적 배경이 되고 있는 ‘위임정당이론’ 그리고 매우 당위적인 차원에서 국민국가와 산업화시대에 적실성을 가졌던 대중정당모델을 강조함으로써(김영태 2001, 2009; 박찬표 2002, 2007; 최장집 2005, 2007), 변화된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당의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에 시대불가역적인 국민국가의 시대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세방화에 따라 정당이외의 초국가적 기구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NGO 등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이익집성’의 역할을 놓고 정당과 경쟁하고 상호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이외의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본 논문은 우선 책임정당정부모델과 위임정당이론 및 대중정당모델의 적실성이 약화되고 있는, 세방화라는 전환기적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당의 규범과 기능모델로서 거버넌스 틀과 이것을 구체화는 전략을 탐색적인 수준에서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을 위해 첫째, 이론적 배경으로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의 시대적 의의와 한계를 이론적으로 살펴본다(Ⅰ). 둘째, 대안적인 패러다임으로 거번넌스에 대한 개념과 이것의 정당 적용의 문제를 다룬다(Ⅱ). 셋째 거번넌스에 대한 틀을 가지고 그동안 한국에서 정당개혁으로 진행된 ‘원내정당화’와 ‘지구당폐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정당이 나아갈 보완전략을 모색해본다. 특히, 원내정당화와 지구당 부활에 대한 모델과 운영방식을 고민해 본다(Ⅳ). 마지막으로 결론에서 전체를 요약한다(Ⅴ).
Ⅱ.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의 시대적 의의와 한계
‘책임정당정부모델’에서는 정당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선거를 통한 명령’(electoral mandate)에서 찾는다. 즉, 정당은 정강정책 등 당 정체성을 반영하는 정책프로그램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며, 유권자는 이 같은 정책프로그램을 보고 경쟁하는 정당 중 한 정당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유권자에 의한 선택의 결과를 명령적 위임으로 보고 정책공약에 부합하는 정책을 집행한다. 또한 집권정당은 차기 선거에서 이러한 정책수행의 결과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개별 의원은 정당이 선거에서 제시한 정책프로그램의 실현에 집단적인 책임을 지게 되며, 원내 정당에 대한 강한 정당기율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Judge 1999, 70-75).
이러한 책임정당정부모델과 이것의 철학적 기반이 되고 있는 ‘위임명령이론’(mandate theory) 그리고 책임정당정부모델의 조직적 기반인 대중정당모델은 배타적인 국민국가의 경계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균열구조가 대중정당의 정치적 동원에 의해 사회의 이익이 표출되고 집성되던 산업화시대에 등장했던 모델로서 그 적실성이 탁월하였다. 산업구조 및 사회이익구조가 비교적 고정적으로 안정되고 단순했던 산업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 노조, 이익단체 등의 대조직에 속하기 때문에 공동체의식이나 집단의식이 제법 형성되어 대중정당모델과 연계되어 비교적 잘 운영되었던 것이다(김영태 2001; 정진민 1998, 2008; 임성호 2003, 2009, 최장집 2005, 2007; 박상훈 2005). 그리고 이러한 모델의 시대적합성의 배경은 립셋과 로칸(Lipset and Rokkan 1967)이 제기한 ‘사회균열구조’(cleavage structures)의 단일화이론과 ‘정당체계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성경륭 1994).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심화된 세계화와 탈산업화 및 탈냉전화 등은 이러한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의 시대적 적실성에 타격을 가했다. 즉, 직업구조가 작은 규모의 단위들로 매우 다양하게 쪼개지는 후기산업화사회에서는 인간들의 원자화와 파편화가 촉진되고, 유동성이 커진다. 원자화된 개인들은 자연히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고, 공동의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기만의 이익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하여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양립 불가능한 이익들이 사회에 등장하게 되고, 사회의 이질성이 심해진다. 결국 이런 이유로 ‘이익표출과 이익집성’을 목표로 운영되었던 ‘대중정당모델’은 인간들의 원자화가 심화되고 사회이익의 파편화와 사회의 이질성 및 유동성(volatility)이 증가하는 후기산업사회에서 ‘경직된 운영’으로 나타하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정진민 1998, 2008; 임성호 2003, 2009; 채진원 2009a). 이러한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의 시대적실성의 위기는 잉글하트(Inglehart 1997, 1987)와 파네비앙코(Panebianco 1988) 등에 의해 제기된 이른바, ‘사회균열구조 다원화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성경륭 1994).
특히, 이러한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이 가지는 시대적실성의 한계는 정당의 기능론에 따라 정당의 변화와 쇠퇴를 설명하는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소개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당의 기능론에 대한 최근의 권위자인 키이(Key, 1964)는 정당의 기능을 (1)조직으로서의 정당(Parties as Organization), (2)정부 내 정당(Parties in Government), (3)유권자 속의 정당(Parties in the Electorate)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기능은 정당지도자를 발굴, 교육, 훈련하는 기능과 지지자들의 이익표출(interest articulation)과 이익집약(interest aggregation)을 위한 기능이다. 둘째 기능은 의원과 행정부의 입법및 정부구성과 관련된 기능이다. 셋째 기능은 일반 유권자들의 정당일체감과 충성심 제고 및 선거에서의 지지와 참여 활성화 등과 관련된 기능이다.
이러한 키이(Key, 1964)의 정당기능론을 수용한, 달톤과 와텐버그(Dalton, 1984; 2006: 177-197; Dalton and Wattenberg, 2000)는 선진민주국가에 있어서,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약화(decline)를 경험적으로 설명하였다. 즉, 이들은 약화(decline)된 유권자들의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과 이것에 따른 ‘정치무관심층’(apolitical)의 증가, 그리고 많은 교육과 정보를 습득하여 ‘인지적 동원’(cognitive mobilization)능력을 갖춤으로써 정치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정당에는 관심이 없는 ‘인지적 시민층’(apartisan:인지적 정당무관심층)의 등장 그리고 이 같은 ‘인지적 시민층’(apartisan:인지적 정당무관심층)의 ‘정당’을 통하지 않는 대정부(의회, 행정부) ‘직접행동’을 통해서,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약화(decline)를 설명하였다. 특히, 앞의 설명대로, ‘인지적 시민층’(apartisan: 인지적 정당무관심층)의 ‘정당’을 통하지 않는 대정부(의회, 행정부) ‘직접행동’사례는, 키이(Key, 1964)가 제시한 정당기능의 세 수준의 관점에서 볼 때, ‘조직으로서의 정당’기능이 약화되지만 거꾸로 의원을 주요 행위자로 하는 ‘정부 내 정당’과 ‘인지적 동원’으로 인식능력을 갖춘 유권자를 주요 행위자로 하는 ‘유권자 속의 정당’간의 연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또한 크로티(Crotty, 2006: 500-501)는 키이 및 달톤과 와텐버그와 같이 정당의 기능을 세 수준으로 유형화하여 살펴보는 것은, 정당이 처해있는 주변환경에 따라 정당의 기능이 반응하기 때문에, 정당의 기능을 이해하게 되면 결국 정당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당의 변화를 측정해볼 수 있는 수단으로 정당의 기능을 세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보았다. 즉, 그에 의하면, 정당의 기능을 세 수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회환경의 압력에 따라 정당의 모습이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즉 무엇이 정당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가? 어떻게 이와 같은 변화와 그로 인한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가?”와 같은 유용한 질문과 대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첫째, 정당에서 일반지지자와 정당원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가, 둘째, 선거에서 정당의 대중동원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셋째, 유권자들의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써, 대표성과 책임성이 어느 정도 있는가 등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크로티는 앞에서 제기한 질문과 방법론을 가지고 1970년대 미국의 정당체제를 살펴보면서, 미국의 정당에서 발견되는 변화들로 ①감소하는 당파심(partisanship)과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 ②정당편성 해체(dealignment), ③감소하는 당원, ④선거환경의 변화, ⑤정당조직에 대한 가입율 감소, ⑥선거캠페인에서의 더 제한된 조직적 역할, ⑦후보자 중심의 투표행태, ⑧정당제도의 약화와 인물화(사인화), ⑨더욱 파편화된 정당 지지자, ⑩선거전문가와 캠페인 컨설턴트 및 미디어 기술자의 역할 강조 등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발견들은 당시 유럽의 선진 산업사회의 민주적인 정당에서도 발견된다고 강조하였다(Crotty, 2006: 507-508).
그러나 크로티의 이 같은 정당변화에 대한 지적(즉, 대중정당모델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노이만(Neumann)은 듀베르제에 의해 유형화된 ‘대중정당모델’의 구조와 기능이 통치엘리트와 인민 대중들의 관계를 좀 더 가깝고 친밀한 관계로 유지하도록 작동하고 있다며, 이러한 통합적 기능이 없다면 현대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반론하였다. 그러한 관점에 서있는 노이만은 대중정당의 등장을 민주주의 발전의 긍정적인 단계로 칭송하였다. 그러나 노이만의 ‘대중정당모델’에 대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당시 키르크하이머, 파네비앙코, 엡스테인 등 많은 학자들은 유럽의 선진 산업사회가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나타난 정당의 변화와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1960년대 공동체에 기반을 둔 정치사회와 동원의 대리인으로서의 정당의 기능과 그 대표적인 유형인 대중정당모델이 ‘사망’(demise)하였다고 진단하였다(Scarrow, 2000: 82).
이 같은 대중정당에 대한 사망진단은 ‘포괄정당’의 확대(Kirchheimer, 1966), ‘합리적-효율적’정당조직의 등장(Wright, 1971), ‘선거전문가 정당’의 출현(Panebianco, 1988), 다당제의 ‘생산적인 양상’의 종말(Pissorno, 1981: 272), ‘정당 카르텔화’(Katz and Mair, 1995), ‘대중정당의 위기’와 심지어 ‘정당의 실패’(Lawson and Merkl, 1988), ‘우파로부터의 조직적인 감염’(Epstein, 1980: 257-60) 등으로 묘사되었다(Scarrow, 2000: 80-82). 특히, ‘포괄정당’의 확대를 주장한 키르크하이머는 종래의 대중정당(mass party)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계급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광범위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하여, 이념적 성격과 당원의 역할을 줄이면서, 계급 또는 이익집단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제한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주변환경에 대응해왔다고 보았다(Kirchheimer, 1966: 178-198).
특히 대중정당모델의 시대적 적실성에 대한 한계와 관련하여 달톤과 와텐버그는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정당과 시민들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의 정당의 기능과 모델은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가 주창해온 전통적인 ‘책임정당정부모델’(the model of responsible party government) 또는 ‘대중정당 모델’로 뒤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Dalton & Wattenberg, 2000: 266). 또한 그들은 정당의 ‘이익집성기능’(interest aggregation function)이 약해짐으로써, 정당은 정부의 정책에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정치적 이해를 집합시키는 능력이 쇠퇴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익집성능력’의 쇠퇴는 결국 정부의 통치행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았다(Dalton & Wattenberg, 2000: 283). 마찬가지로 코울과 그레이도, 점차적으로 ‘책임정당정부모델’은 시대착오적인(anachronistic)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그 모델은 지난 과거 학자들에 의해 ‘이상적인 정당이론’의 기원으로 주창되었으나, 정파심(partisans)과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이 쇠퇴한 현대 정당체제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Caul and Gray, 2000: 236).
그렇다면 대중정당모델의 사망과 쇠퇴를 진단한 학자들은 그 대안으로 무엇을 제안했을까?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과 정당의 ‘이익집성기능’(interest aggregation function)이 쇠퇴한 변화된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정당모델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대안적 논의가 있었다. 띠스는 ‘원내정당조직’(legislative party)의 활성화를 제안하였다(Thies, 2002: 238-257). 그에 의하면, ‘원내정당조직’(legislative party)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변화하는 선거환경과 쇠퇴하는 정당의 이익집성능력 속에서도,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선거승리’외에도, ‘공직추구’와 ‘정치적 영향력 확대’ 및 ‘정책실현’ 등에 대한 다른 직접적인 자기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의원들끼리 당을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지속적인 정책연합의 효과성 그리고 정당이 없을시, 매번 정책통과를 위해 다수연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래비용 등 자신들의 ‘집단행동의 딜레마’(dilemmas of collective action)를 극복하기 위해, ‘원내정당조직’(legislative party)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쇠퇴하는 정당의 환경 속에서는 키이(Key, 1964)가 제시한 정당 기능의 세 수준을 동일한 비중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내 정당의 우월성’(the primacy of Party in Government)을 역설하였다(Thies, 2002: 256). 마찬가지로 알드리치는 대중정당이 약화되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으로서의 정당’(Parties as Organization)을 약화시키는 대신 ‘유권자 속의 정당’(Parties in the Electorate)이나 ‘정부 내 정당’(Parties in Government)의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Aldrich, 1995: 295-296).
Ⅲ.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와 정당 적용 및 전략
거버넌스의 개념정의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아직 용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쿠이만(Kooiman, 2003)은 사회의 복잡성(complexity)으로 인한 혼돈과 역동성(dynamics)으로 인한 방향감각 상실, 다양성(diversity) 증대로 인한 분열에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정(coordination), 조종(steering), 조절(regulation)이라는 새로운 조정양식의 필요성이 거버넌스 논의를 불러왔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대안적 거버넌스 모델로 ‘계층제 거버넌스’(hierarchical governance), ‘자율 거버넌스’(self-governance), ‘협동 거버넌스’(co-governance)를 제시하였다.
피에르와 피터스(Pierr & Peters, 2000: 1-27)는 거버넌스 개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거버넌스가 지향하고 있는 순수한 ‘이념태’(ideal type)와 거버넌스 기제로서의 ‘현실태’(real type)를 구분함으로써, 현실과 이념사이의 거리와 정도를 파악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그 의미를 살필 것을 권고한다. 또한 이들은 거버넌스를 크게 ‘구조로서의 거버넌스’(governance as structure)와 ‘과정으로서의 거버넌스’(governance as process)로 구분한다. 전자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제도와 기구 틀로서 관료제, 시장제, 네트워크, 공동체를 예로 들 수 있으며, 이중에서 ‘네트워크’는 거버넌스가 지향하는 ‘이념태’에 가장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후자는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라는 구조보다는 과정과 산출에 좀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정치적 행위를 포괄적이고 맥락적으로 이해하며, 거버넌스의 동태적 과정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이것의 종류는 크게 방향잡기(steering)와 조정(coordinating)으로 구분된다.
키에르(Kjaer, 2004: 165)는 ‘민주주의 이행이론’(regime transition)이 정치엘리트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하여 거버넌스 개념은 신뢰와 상호성으로 포함하여, 공공영역을 정당화하는 사회자본과 시민사회의 제도들을 강조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에게 거버넌스 개념은 정치엘리트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가짐으로써 ‘정부 이상의 광범위한 어떤 것’(something broader than government)이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는, 거버넌스에서 정부의 역할이 쇠퇴한다고 보고 있는 로데스(Rhodes)의 저술 ‘새로운 거버넌스: 정부없는 통치(The New Governance: Governing without Governance)’라는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부 이상의 것을 통한 통치(governing with more than government)’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Kjaer, 2004: 44).
제솝(Jessop, 2002)은 거버넌스의 긍정성뿐만 아니라 한계에 대해서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라는 개념을 통해 지적하였다. 그는, 거버넌스가 국가의 실패나 시장의 실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자본주의적 시장과 국가의 가치간의 충돌, 대의제적 국가체제와 새롭게 생기는 의사결정방식 간의 충돌, 거버넌스 기제간의 충돌 등으로 거버넌스조차도 문제해결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고 보고, ‘메타거버넌스’를 통해 성찰(reflexivity)할 것을 촉구하였다. 여기서 ‘메타거버넌스’란 거버넌스의 한 유형이 아니라 다양한 거버넌스를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이다. 즉, 국가가 각각의 거버넌스에 참여하여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자신의 역할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거버넌스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거버넌스를 관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키에르(Kjaer, 2004: 48)는 이 ‘메타거버넌스’가 서로 반대되는 이익이 존재하는 이익집단 정치의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즉, 이익집단들의 경쟁에 영향을 받는 특정의 정책분야에서는 정책에 대한 선호가 이해관계자의 세력분포와 영향력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심하게 편중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조정만으로 부족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가 조직화의 동기를 제공하여 네트워크 속에 새로운 행위자가 나타나도록 한다거나 다른 여러 종류의 제도적 장치를 동등하게 취하는 등 ‘메타거버넌스’로서 종전의 ‘네트워크를 ‘성형’(networks structuring)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키에르(Kjaer, 2004: 48)의 지적은 ‘메타거버넌스’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네트워크 거버넌스’는 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네트워크에 너무 몰두하게 되면 모두에게 유리한(win-win)상황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 인해 반면 특정 정책분야에서 권력과 이익의 분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거버넌스 현상이 정부의 존재없이 나타난다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결론짓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바렛과 듀발(Barnett & Duvall, 2005: 1-32)은 거버넌스를 국제관계에 적용한 기존의 글로벌 거버넌스이론이 지나치게 ‘효율성’(efficiency)과 상호의존적인 ‘규범’(norm)만을 강조한 나머지, 국제관계에서 작동되고 있는 권력관계(power relationship)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거버넌스에서의 권력관계는 4가지 형태(강제적 권력, 제도적 권력, 구조적 권력, 생산적 권력)로 작동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권력관계에서의 거버넌스’는 거버넌스 메커니즘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 다양한 행위자들간의 이익과 가치 및 목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충돌, 타협, 합의를 보여주는 데 유효하다.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이론적 시각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자인 로버트 콕스(Robert Cox)와 앤디 나이트(Andy Knight)는 사회세력의 성장에 따른 국제사회의 근본적 질서의 변화를 지적하고 국가중심의 접근법에 대비되는 접근법으로, 글로벌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들은 “진정한 글로벌 거버넌스는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 글로벌 거버넌스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정치적 권위의 재구성(reconstitution)이 필요하다고 본다”(김석준외, 2002: 212-214).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한국의 여러 학자들 중에서 임성호(2002), 곽진영(2002), 이동수(2003) 등은 각각, ‘의회의 거버넌스’, ‘정당의 거버넌스’, ‘시민적 공론장의 거버넌스’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과정으로서의 거버넌스’를 강조하면서 거버넌스의 핵심적 요소로 행위자들 간의 의사소통과 토의 및 신뢰를 강조한다. 특히, 임성호(2002), 곽진영(2002)은 탈냉전화,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라는 시대전환적인 환경속에서 의회와 정당 및 행정부의 대의민주주의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 틀로서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동수(2003)는 행위자들간에 소통을 통한 상호주관적인 인식과 공동행위 및 공존을 모색하는 ‘행위자의 판단’을 거버넌스의 핵심적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요약해보자면, 지구화(세계화), 후기산업화(탈물질주의), 정보화, 탈냉전화(탈이념화)라는 시대상황속에서 국가중심적인 활동은 더 이상 효율성과 효과성 및 책임성을 제고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는 자신의 권력을 상향적, 하향적, 수평적 이동을 통해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즉, 국가가 수준에 따라 국제기구, 지역․지방․도시, 그리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연계하면서 수준별로 글로벌 거버넌스, 리저널 거버넌스, 내셔널 거버넌스, 서브 내셔널 거버넌스, 로컬 거버넌스 등의 다양한 차원으로 새로운 조정양식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김석준, 2002).
이상의 논의를 살펴볼 때, 거버넌스 개념에 대한 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정의는 국가,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 초국가적 지역기구, 초국가적 국제기구, 다국적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와 연대, 소통과 신뢰를 중심으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문제해결과 발전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협력적 공치양식’(mode of cooperative-public governing) 또는 ‘조종을 통한 공동의 목표추구 과정’(process of steering and pursuing common goals)이라고 할 수 있다(Pierr & Peters, 2000; Jessop, 2002; Kooiman, 2003; Kjaer, 2004). 따라서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첫째, 국가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권력과 권위 및 능력을 상향적으로, 하향적으로, 수평적으로 분산시켜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위임하고 있는가? 둘째, 그 과정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실재하고 있는가?. 셋째,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다양한 행위자들 간에 상호작용속에서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통의 목표추구 과정이 실재하고 있는가?이다(임성호, 2002; 곽진영, 2002; 이동수, 2003; 유현석, 2006; 채진원 2009c).
이러한 거버넌스의 개념을 정당에 적용시켜 볼 때, 두 가지 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형성되고 있는 거버넌스(질서와 틀)라는 주어진 조건(환경)하에서 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한 것이고, 둘째는 이렇게 주어진 거버넌스 질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개입하기 위해 필요한 정당의 적절한 모델은 무엇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첫째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정당이 세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초국가적인 이슈(환경, 빈곤, 인권, 인신매매, 광역질병, 마약, 테러, HIV/AIDS)와 현안(글로벌 거버넌스의 민주화 문제, 글로벌 불평등 문제, 민주적 가치와 규범의 확산, 정당에 기초한 민주적 헌법질서 지원 등)에 대한 개입이다(Burnell 2006). 둘째와 관련해서는 정당의 내부구조가 단순한 민주주의적 질서에서 벗어나 거버넌스적인 다층적 구조(multi-level dimension)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국 정당의 내부가 하나의 위계적인 질서하에서 균질하고 단단한 ‘당구공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가 존재하면서 다양성과 다층성이 개방적으로 교류되고 상호작용하는 ‘네크워크 모델’(network model)로 전환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네트워크로서의 정당모델’의 관건은 1)정당 또는 정당의 중앙당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권력과 권위 및 능력을 상향적으로, 하향적으로, 수평적으로 분산시켜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위임하고 있는가? 2)그 과정에서 정당과 정당의 중앙당 이외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실재하고 있는가? 3)정당과 다양한 행위자들 간에 상호작용속에서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통의 목표추구과정이 실재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정당이 당원과 비당원이라는 정당의 배타적이고 절대적인 경계설정에서 벗어나 중앙당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권위를 다양한 레벨차원의 행위자들에게 분산․위임함으로써 참여적인 협치를 이끌어 내는, 지금껏 중앙당이 독점하고 있었던 의사결정권(정책결정권, 후보자공천권, 정치자금분배권)을 다양한 수준의 행위자들에게 분산․위임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국가인 글로벌(global) 수준 또는 리저널(regional)차원에서는 국제정당들간의 교류와 협력(international party networks) 및 국제정당들과 초국적 INGOs간의 네트워크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내셔널 중앙차원에서는 원내정당수준(의원들과 의원총회)과 시민사회단체들간의 네트워크에 중앙당의 권력과 권위를 분산․이양할 수 있을 것이다. 내셔널 로컬(local)차원에서는 정당의 지방조직(지구당과 지방 의원총회 및 지방의원들)과 로컬시민사회단체간 네트워크에 중앙당의 권력과 권위를 분산․이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당이 글로벌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거버넌스 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정당 내부구조를 민주적인 질서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다층적 수준의 이슈와 현안에 반응하기 위한 네크워크적 질서로 전환하는 정당의 거버넌스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을 아주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에서 본다면, 그동안 국민국가와 산업화시대에 적실성을 가졌던 책임정당정부모델과 대중정당모델처럼 특정한 이념성과 정파성에 기초하여 특정한 계급ㆍ계층적 이해를 고정적으로 대변하는 ‘조직으로서의 정당’보다는 초국적 이슈와 쟁점 및 사안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정책전문성으로 반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서의 정당’이 유효하다(Burnell 2006, 31-2; 임성호 2009). ‘네트워크로서 정당 모델’을 그림으로 상징화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1-1> 네트워크로서 정당모델
이러한 ‘네트워크로서의 정당모델’을 매우 단기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에서 볼 때, 이른바 한국 정당개혁의 바람직한 모델의 하나로 제시된 바 있는 ‘원내정당모델’과 연계되어 구체화될 수 있다. 원내정당모델은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약화시키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유권자속의 정당’과 ‘정부내 정당’간의 연계기능을 대폭 강화시킴으로써, 정당의 유연성과 네트워크적 성격을 확보한다. 따라서 원내정당모델은 다층적 수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와 쟁점에 따라 ‘인지적 동원’(cognitive mobilization)능력을 갖춘 유권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들을 정치적․정책적 ‘네트워크의 허브’(hub)로 작동하도록 하게 한다(임성호, 2008c). 이처럼 의원들과 일반 유권자들간의 연계와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토의와 의사결정과정에서 해당 이슈와 쟁점 및 사안에 연관되어 있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정책포럼, 정책패널, 정책서포터스단 등을 활용하여 유권자들의 정책제안, 정책평가 등 의견제시가 원활하게 이뤄지게 할 필요가 있다(정진민, 2009). 네트워크로서의 정당모델의 초단기적 현실태인 원내정당모델을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출처: 채진원(2009a: 31) 재인용.
아울러 원내정당모델의 구체화를 위해 대중정당모델과 비교해 그 특징을 살펴보면 <표1-1>과 같다.
<표1-1> 대중정당모델과 원내정당모델의 주요 특징 비교
*출처: 채진원(2009: 33) 재인용.
<표1-1>에 따라 핵심적으로 정당의 조직적 기반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대중정당모델은 당원을 중심으로 하여 특수하고 고정된 계급과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계급정당 및 이념정당과 정파정당을 지향한다. 반면, 원내정당모델은 고정적인 특정 계급과 계층을 초월하여 보다 유동적인 일반유권자의 이슈와 쟁점별 요구에 소통과 정책능력을 갖춘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실용적 정책정당’과 ‘네트워크정당’을 지향한다. 그러나 <표 1-1>의 대조에도 불구하고, 학계일부에서는 이러한 원내정당모델을 여전히 ‘포괄정당론’과 ‘선거전문가정당론’과 같은 정당모델로 가정해 놓고 비판하는 오해가 있는 만큼, 이러한 오해는 시급히 정정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추후 더 자세히 논의될 필요는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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