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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라는 정치쟁점, 어떻게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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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90) | 추천 (0) |점수 (0) | 2009-11-11 19:06:23 김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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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라는 정치쟁점,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김두수(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1. ‘교육’은 작은 쟁점인가? 큰 쟁점인가?
대한민국에서 평소에는 정치쟁점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 폭발적이 가장 강력한 잠재적 쟁점은 ‘내 집 갖기’, 즉 부동산이다. 부동산 문제만큼 폭발적이고 복잡한 항목이 자식문제인 ‘교육’이다. 이제는 이념과 이념이 충돌하는 거대 쟁점의 시대가 가고, 작지만 실제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쟁점의 시대가 왔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지나면서 정말로 그런 증거가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교육문제’는 특화된 하나의 쟁점으로 보이지만, 작은 티끌에도 우주의 질서가 담겨있듯이 사실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가 ‘교육문제’라는 작은(?) 쟁점 속에 모두 다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교육 쟁점’중에서 ‘외국어 고등학교 폐지’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 사회, 한국 정치의 실상을 살펴 볼 수가 있다. ‘외고 폐지’를 놓고 벌어지는 각 세력의 반응과 대응방식 등 정치적 흐름을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한번 짚어보자.
2. ‘외고 폐지’ 쟁점의 흐름
‘외고 폐지’를 처음으로 거론한 사람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다. 그는 10월 7일, YTN 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교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특수목적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목고를 원래 목적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하면서, “특목고가 외국어 잘하고, 과학 잘하는 아이들 뽑으면 되지 왜 전 과목 내신성적을 다 보느냐”며 특목고의 입시형태를 비판했다.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을 거론하면서, 특목고가 사회 특수층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병만 교과부장관의 부정적 인식을 비판했다. 그는 방송과 국정감사를 활용하여, ‘외고 폐지’를 주도해 나갔다.
한나라당 소속 교과위원회가 정의원의 강공에 맞추어 사교육비 감축안을 의논하자, 정치권과 교육계, 학원계 등, 여기저기에서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19일 논평을 통해 ‘외고 폐지’에 대해 본질을 벗어나는 주제라는 인식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치권이 외고를 수술대에 올려놓고도 외고와 사교육업체의 집단 반발로 메스 대신 알약 하나로 마무리한다면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면 외고 불패의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해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종말에 이를 것임이 명확하다. 또한 근본적 처방은 못하고, 단지 자율고 전환은 겉옷만 바꾼 또 다른 입시 전문학교를 출현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과목 가중치 변경, 대입 내신 반영방식 변경, 입학전형 방식 변경 등 나름대로 개선책을 여러 차례 했지만, 결과적으로 외고의 독점적 권한은 더욱 강화됐던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외고가 갖는 지위의 공고함은 더욱 강해지고 문제를 제기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이원희 교총 회장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외고 폐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외고는 획일적 평등화의 폐해를 죽이고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에서 탄생했다”면서 “외고 등 특수목적고가 갖는 긍정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 교장들도 모여서 외고 폐지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이 국감과 방송에 출연하여 계속해서 강하게 ‘외고 폐지’를 주도하면서 법안 제출을 예고하자, 17일 서울 대원외고가 2011학년도 입시부터 ‘영어듣기시험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대원외고의 방식으로는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오히려 ‘외고는 마녀’라고 수위를 높였다. 외고 폐지와 연결하여, 사교육비 문제를 쟁점화 하자, 학원 운영자 모임인 ‘한국학원총연합회’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 학원교육자 대회’를 열고 “우리 교육의 문제는 공교육의 문제인데 정부는 사교육을 공공의 적을 만들어 학원 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외고 폐지’는 한국교육의 핵심을 건들리는 문제로 발전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외고 개편 법안과 관련해 여당과 협의해 외고 제도 개선 연구 속도를 높이겠다”면서 “외고 제도 개선 연구를 해서 연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는데,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월26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외고 문제에 개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일단 교육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의 신속 대응을 주문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는 못하고, 학생ㆍ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월 10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30일 정 의원은 ‘초중등교육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개정안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특성화고로 통합하고 선발고사 없이 추첨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안으로, 그동안 거론했던 사실상의 외고 폐지 법안이다. 정두언 의원은 “외고가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함에 따라 특성화고로 통합하고, 추첨방식으로 전환해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것”이라 했다.
3. 아쉬운 민주당의 대응
한나라당 의원들의 ‘외고 폐지’ 주장에 대해 민주당과 의원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었던 김진표 의원이 “외고는 ‘실패한 정책’이다. 자사고 또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반대했다. 당시 정부가 제안한 ‘외고 신입생 모집 지역 제한’ 등 ‘외고 개혁’ 방안에 대해 “학생,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교육부를 비판하면서 ‘외고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 의원이 외고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외고 폐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계산이 있다고 할 것이다. 갈수록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공약 실현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묘안’을 찾아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우스갯말처럼 쓴웃음이 나오지만, 상황을 관망만 하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정두언 의원과 안병영 장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제대로 끼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안 장관의 발언 중에서 “공교육 자체를 살림으로써 사교육을 줄이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라는 것에는 찬성할 것이고, “외고 문제도, 사교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외고 자체가 갖는 좋은 특성도 있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마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장관은 외국어대학교 총장 시절, 설립한 용인외고의 성공으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부 수장이 된 사람이다. 그 점에서 보면 공격의 목표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너무나 정략적 음모론, 피해의식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감의 시기에 또한 10월 28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의원인 정두언 의원이 주도하는 교육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싫어서 의혹과 소극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교육개혁 전반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특히, 정부정책은 이미 정해져 있으면서 정두언 의원을 키워주기 위한 쇼로 생각하는 부분에 이르면, 음모론의 신봉자처럼 보인다. 안민석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투고를 통해 “한나라당은 고해 성사를 하라”라고 했는데, 이 말은 싫든 좋든 한나라당이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어서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것으로 너무 소극적인 대처이다. 민주당은 집권하려고 한다면, 교육문제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차후에 준비하는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시기에 답을 내놓는 것이다. 비록 ‘외고 폐지’로 사교육이 철폐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못마땅하겠지만, 교육 관료의 높은 벽을 넘어보겠다는 정 의원을 눈을 한번 질끈 감고 밀어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한다.
4. ‘외고 폐지’, 과연 하는 것이 좋은가?
시간이 지나면서 ‘외고 폐지’ 문제의 이해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반영되어 혼돈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의 11월 1일 공동 정기여론조사 결과, ‘외고폐지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주장은 42.4%였고 31.8%는 ‘반대한다’, 25.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계층별로 보면 20대, 서울권, 한나라당 층에서 찬성 응답이 높았고, 반면 40대, 경북권, 민주당 층은 반대응답이 높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는 50%가 개정안에 찬성했으며, 40대는 45.7%가 찬성하며, 50대는 44.4%가 찬성하여 평균(42.4%)을 웃돌았다. 11월의 시점이 되자, 국민들은 ‘외고 폐지’에 대해 정치적 지지정당에 따라 다른 반영을 보이고 있다. ‘외고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 지지층과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찬성비율이 높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낮은 것은 국민들이 정치적 지지성향에 따라 이슈를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연령별로 볼 때, 외고 문제에 직접 경험한 젊은 층에서 외고 폐지 찬성 비율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서 볼 수 있다.
사실, 외국어 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에 부합하지 않는다. 과학영재라면 모르지만, 외국어 영재라는 것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영어는 언어가 갖는 특징이 있지만, 기능적 요소가 강하다. 즉 운전면허와 같은 것이다. 운전을 잘 한다고 창조적 상상력이 뛰어나거나, 문제해결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한다고 글로벌 인재는 아니다. 영어를 잘해야 글로벌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비(非)어문계열로 진학하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외고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2006~2009년 외고 출신의 어문계열 진학 비율은 25~30%에 그쳐 ‘외국어 영재’를 양성한다는 애초 설립 취지를 잃은 상태다. 지금의 외고는 목적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외고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고등학교 문제가 이처럼 크게 쟁점화하지 않은 이면의 이유도 있다. 외고에 진학하는 학생의 부모들 직업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재산이 많다는 점은 당연하겠지만, 대체로 부모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유학의 경험이 있거나, 휴식년 제도를 활용하여 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교수, 외국 특파원이나 연수를 한 언론인, 대기업 상사원, 등 한국사회의 지식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자녀들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쉽게 진학할 수 있는 길이 특목고인 외고다. 그래서 그동안 외고문제가 누적되어 왔는데도 언론을 통한 외국어고등학교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적 성향의 언론도 묵시적으로 동조한 측면이 있다.
외고 폐지를 놓고, 외고가 사교육 열풍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처럼 비정상적 사교육을 버려두고, 공교육은 정상화될 수 없다. 외고를 폐지한다고 사교육이 철폐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 병폐 척결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제 ‘외고 폐지’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음모에 의한 공작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외고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멀고 긴 길을 가는 도중에 ‘외고 폐지’라는 작은 성과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초들이 교육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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