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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죽음과 그가 남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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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21) | 추천 (0) |점수 (0) | 2009-05-30 22:09:02 지평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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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이 가셨습니다.
23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며 들리는 얘기에 난 귀를 의심했고, 인터넷에서 이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슬픔은 뒤늦게 마음을 어지럽게 덥쳐왔습니다. 그날 이른 새벽에 유서를 써 놓고 부엉이바위를 향하는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에 생각이 미치자, 이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잣대를 잃고 60이 넘어 평생 지켜온 자존감이 허물어져버린 현실 앞에서, 끝내 생명을 놓아야겠다는 결단을 했을 그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눈물과 서러움을 꾹꾹 눌렀습니다. 죽기전 그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진 않았었지만 언제나 그의 부족함 보다는 마음에 품은 뜻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공감했던 난 그의 죽음이 곧 그가 마음에 품었지만 이루지 못한 소망의 좌절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가슴이 아픈 모양입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대통령을 지낸 개인의 죽음이 아닙니다. 또한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자괴감에서 스스로 삶의 의지를 꺾은 자살일 수 없습니다. 그의 죽음은 곧 상식과 양심을 향한 시대정신의 죽음이고 이명박 정권의 천박한 의식과 저급한 술수에 의한 타살입니다.
아시다시피 노무현은 한국사회의 비주류였습니다. 정치를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그에게는 한국사회에서 막강한 힘이 되는 학맥도 인맥도 없었습니다. 뒤늦게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정치를 시작한 이후, 국민을 감동시킨 흔적들만이 정치인으로서 그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의 성공은 기성의 고정관념을 깨는 의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국사회는 본격적으로 탈권위의 사회를 향하게 되었고 근대 이전부터 소수 기득권층이 독점해왔던 권력의 수평적 이동의 싹이 자라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고 정경유착과 부패없는 투명사회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권력을 행사는 데 서툴긴 했어도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할 만큼 정상적인 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사회로의 진입은 기존 비정상의 사회에서 이익을 누렸던 특권 세력에겐 상실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실상 저들이 잃은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반격은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상고출신 촌놈'이 권력을 잡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를 중심으로 전개될 개혁을 조롱하며 질시에 찬 파상적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가히 반상식의 극치였습니다.
노무현이 구상했던 수도이전 정책이 '관습헌법위배'라는 허무맹랑한 논리에 좌절되었던 것은 집중된 기득권의 누수를 차단하려는 수구세력의 저항이었습니다. 급기야 금력과 매체를 장악한 이들은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도 거리낌없이 사용하였습니다. 조중동의 수구언론은 이들의 첨병이었습니다. 졸렬하고 비겁한 정치보복으로 민주개혁세력의 뿌리를 뽑자고 날뛰는 이명박 정권과 기득권 세력에게 검찰은 충견이었고 조중동은 앞장서서 저급한 언설의 비수를 휘둘렀습니다. 수구 기득권 세력의 앞잡이 이명박 정권과 그들의 선봉 조중동은 대한민국 정상화의 시작이었던 노무현을 간접 살해했습니다.
오로지 기득권의 수호를 위해 분투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깔보는 이들에게 인간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상식과 양심은 고엽이 되어 땅에 떨어졌고 역사는 거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기만적 술수와 야만적 압박으로 자신들만의 권력에 집착할 뿐입니다.
국민들은 노무현이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은 한반도 남쪽 방방곡곡에 사무쳐 눈물로 흐르고 있습니다. 흐르는 눈물만큼이나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이명박정권을 앞세운 한국사회의 소위 주류 기득권 세력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아직 없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마음이 정치인의 말이 되어 나와야 함에도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아직까지 말이 없습니다. 지금 이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그만 정치를 접고 뺏지를 버려야 합니다. 국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상주노릇 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바램이 아니라는 것을 꼭 깨우쳐 주어야 알 수 있단 말입니까...? 왜 '이명박 정권이 정치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앞서 나오지 못한단 말입니까? 이 순간, 타살을 간접 교사한 이명박정권의 책임을 왜 정면에서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까? 정치감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용기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을 견인해내지 못하는 민주당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러고서도 수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요?
저들의 첨병 조중동은 이미 여론 공작을 시작했습니다. '통합의 계기', 화합의 계기'를 주절거리고 '분열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칼든 깡패'와 통합하고 화합하는 것이 정상인의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까? 깡패와 화합하면 영원히 깡패의 꼬붕 노릇을 해야 합니다. 깡패와 통합해서는 사회적 상식을 바로 세울 수 없습니다. '칼을 내려놓고, 살인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개과천선'하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합니다. 이 일을 누가 해야 합니까? 양심적 국민들의 가슴이 미어지고 있는데, 이들의 입이 되어야 할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저들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양전한 '푸들'이 되어 있습니다. 딱한 현실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낙심하고 분열되어 주저앉아 있던 민주개혁세력을 위해 노무현은 의도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떠났습니다. 그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정치인들에게 남긴 과제가 무엇입니까? 비록 각론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총론적 문제의식은 우리 모두 공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완성'을 약속할 수는 없었고 앞으로도 어느 지도자에게 '완성을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의 발전은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일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자 하는지 고민하는 정치적 노력의 반복으로 우리의 역사는 발전할 따름입니다.
노무현이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자만과 위선으로 국민들을 얕잡아보는 수구 기득권세력의 의식을 驅逐하여 사회적 힘이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돌아가고 권력이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와 국민을 위해 행사되며 국민 각자가 인간으로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법과 규범하에서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립하는 것과
보통의 국민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여 노력의 정당한 댓가를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 수단으로서가 아닌 주체로서 인정받고 자존심이 손상당하지 않는 보편적 인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닦는 것.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개혁세력의 양심과 도덕성을 회복하여 분열을 극복하고 공통의 정치적 목표를 중심으로 통합과 연대의 장을 열어나가는 것 등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아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개별 정치과 우리는 다시한번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무기력한 패배의식을 버리고 눈앞의 작은 이해 때문에 큰 대의를 저버리는 졸렬한 분열주의를 극복하여 노무현이 죽음으로 우리에게 남긴 유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판단과 결단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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